근황    조각    기록    참고    방문
*

무언가를 기록합니다. 글귀나 대사 등등….

 

96화

 

 어떻게든 다시 돌아가자. 동지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리고 다시…

 다시 너희를….

 다시 너희를…. 만날 수도 있을까?

 

 그래, 사실은 알고 있었어. 의현. 너는 언제나 한결 같으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모질게 마음 먹기로 한 것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네 세상에 치열함이 부족하기로 그것이 우리를 해칠까봐. 한끝만치의 의심도 품었다. 그리고… 어쩌면 어느 한순간만큼은 너의 타락을 바라는 마음 또한 있었는지 모른다.

 네가 더럽혀 지기를, 그것을 수아가 알기를.

 그런 추악한 마음이 한 순간, 한끝만치 있었다.

헨리2023.03.11 00:13

댓글 추가메뉴

 

 "황금으로 살 수 있는 건 전부 팔아드리겠습니다."

 "황금으로 살 수 없는 걸 사게 해주시겠어요?"

 

 - 세션 NPC 대사 훔쳐왔어요. 이거 너무 고록 대사 같음...

 

나를 정말 사랑해줄 건가요? 내가 없어진다면….

 

 

녹이 슨 심장에 쉼 없이 피는 꿈, 무모하대도 믿어 난.

 

 

넥스트 라운드 (72) (일부 생략)

 

 '어떻게 말하겠니… 나도 필사적이었다고… 네가 웃으면 좋겠어서 나 혼자만의 야심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승리를 노릴 수 있었을까 네 덕분에 해볼 수밖에 없다는… 그런 말은 역시… 못 한다고.'

 

 "… …" 

 

 "네가…, 웃으면 좋겠어서 내가 필사적이었어."

 

 '흠… 의외로 말 못 할 것도 아니구나.'

.2023.02.26 02:57

추가메뉴

 

 하지만 또 어찌 알겠는가? 그의 하늘에는 다른 것이 떠 있을지. 그들의 귀에는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가 들리며 별들이 공명하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릴지. 지구의 자기장이 흐름을 바꾸는 소리가 들리며 우주선(線)과 자외선이 지표로 쏟아지는 모습이 보일지. 인류가 수만 년의 역사 동안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일상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을지. 그가 보는 내 모습이 물에 비친 내 모습과 완전히 다른 형상을 하며, 그의 귀에는 내가 듣지 못하는 내 목소리가 들릴지.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슬픔에 젖는 줄을 그는 또 어떻게 알겠는가. 우리가 서로 다른 우주에 살고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알지 못하건만. 서로의 그림자를 사랑하건만 그 실체를 알지 못하고,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다른 차원에 걸쳐 있는 것을.

 

 그제야 어설프게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잠시 머물렀다 사라져버린 향수의 냄새. 무겁게 가라앉는 공기.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흐느끼는 소리. 오래된 벽지의 얼룩. 탁자의 뒤틀린 나뭇결. 현관문의 차가운 질감. 바닥을 구르다 멈춰버린 푸른색의 자갈. 그리고 다시, 정적.

 물성은 어떻게 사람을 사로잡는가.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그러나 그중 잊히지 않는 한 문장만큼은 지금도 떠오른다.

 

 "이렇게 쓰여 있구나."

 

 할머니는 그 부분을 읽을 때면 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미안해, 고마워, 안녕. 이제 그런 말들을 나눌 수 있었다.

 -잘 자.

 처음으로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깔개 위에 몸을 뉘었을 때 희진은 문득 울고 싶었다. 고작 그 정도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몰랐다.

 

413화

 

 ―그것도 좋구나. 결국 작품은 독자가 있어야 완성되니까.

 

551화 (일부 중략)

 

 한수영은 생각했다.

 작가가 쓰지 않으면, 이야기의 결말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읽는 이들이 정말 그 이야기의 결말을 상상하지 못할까. 한수영은 굳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손에서 만들어진 이야기. 그 이야기의 끝에서, 그녀가 모르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만약, 누군가의 상상이 작가의 문장을 앞지르는 순간이 온다면.」

 

 이름 붙여지지 않았던 〈김독자 컴퍼니〉의 마지막 설화가 감히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을 노래하고 있었다.

 오래전 분리된 이들이 다시 하나가 되기를 원하는 마음.

 누군가를 대신해 슬퍼하고, 기뻐하고, 분노하고, 절망하는 것. 그리하여 마침내 다른 이가 되어주고자 하는 것.

 누군가가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그 찰나의 이야기가, 인간들에게는 곧 삶이었다.

 

4권

 

 "니켈을 재로 만들다니… 어째서 이런… 계속… 37도 정도로 따뜻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가르쳐 줘! 치키타!! 내가 어떻게 하면 돼? 한 번만… 한 번만 더… …… 니켈을 만나고 싶단 말야!!"

 

나 오늘 떠날 거야. 나를 찾지 말아줘. 저 뜨거운 태양을 만나러 갈 거야.

 

 

 어떤 부모도 자식이 죽는 것을 봐선 안 돼요…. 가세요.